*** 장호준 님의 http://wonst719.cafe24.com/zbxe/43740 글에 대한 트랙백인데 트랙백이 제대로 안 되네요.
번역에 있어 완역과 음역의 선택은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결과물이 완역이 되었든 음역이 되었든 그것은 역자의 번역 수준 문제이지 무조건 음역은 틀리고 완역이 맞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완역을 한다면서 오히려 의미불명의 새로운 한자어를 만들어내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 그랬습니다.)
아무리 국문법을 확실히 준수하면서 번역하였다고 해도 원문이 가진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독자가 그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역자가 번역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겠죠. 번역이 제 2의 창조라고는 하지만 외국어의 의미를 우리말로 전달하는 것이 그 근본임을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물론 상당수의 아마추어 번역물에 문제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번역의 질은 둘째치고 기본적인 맞춤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게 많으니까요. 이건 일본 관련 아마추어 번역물에서 특히 많습니다. 외국어만 우선시하고 국어를 등한시한 것이 주된 이유겠지요.
하지만 언어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법입니다. 외국어 중에 우리말로 표현이 안 되는 것은 외래어로서 우리말로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저도 초기엔 완전 우리말로 하고자 하는 생각에 국립 국어원에서 많은 검색과 문의를 해봤는데 그 중 기억에 남았던 답변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국어 사전에 없는 '시전(示展)'이라는 단어에 관한 문의.
특정 분야에서 일정한 뜻을 나타내는 말로 의사소통되고 있고, 그것을 바꾸어 쓸 만한 단어를 상정하기 어렵다면, 그것대로 쓰는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어 '~するかな'의 번역체로 생각되는 '~할까나'에 대한 문의.
문의하신 종결형은 어미, '-ㄹ까'와 '-나'를 함께 쓴 표현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본 어법에서 온 것이라고 볼 근거가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국어는 교착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어미간의 결합이 가능합니다. '-ㄹ까'는 해할 자리에 쓰여, 현재 정해지지 않은 일에 대하여 자기나 상대편의 의사를 묻는 종결 어미이고, '-나'는 자기 스스로에게 묻는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입니다.
따라서 정해지지 않은 일을 결정하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에게 물을 때 '-ㄹ까나'를 사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ㄹ까'만 사용할 때보다는 '-나'로 인해 스스로에게 묻는 의미가 증감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나'만 사용할 때에 비해서는 '현재 정해지지 않은 일에 대해 자기의 의사를 묻는 것'이라는 의미가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글을 쓰니 제 자신이 국어와 외국어를 대단히 잘하고 문법도 척척인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전 번역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잘 못합니다. 사전의 힘이죠. 당장 블로그에서 엔터를 남발하는 것도 정서법에 부합하는 건 아니죠. 그냥 읽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굳이 트랙백까지 하면서 이런 글을 쓴 이유는 아마추어 번역물 중에서도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수많은 고민과 공부 끝에 나오는 것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입니다 :p
결론은 울티마 7 한글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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