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게임 주저리

팀 왈도 - 우리는 한다 번역을

NSM53 PROJECT 2011. 11. 20. 22:31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카이림 한글화 덕분에 유명해진 팀이 있습니다. 팀 왈도가 바로 그것인데요, DC 고갤에서 하나의 개그로 유행하던 왈도체를 바탕으로 번역된 한글화 스크린샷이 스카이림 한글화에 대한 기대감과 맞물려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퍼지면서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 팀 왈도의 프로젝트로 알려진 스카이림 한글화 스샷 (사실은 합성입니다.)

그렇다면 팀 왈도는 정말로 이런 식의 한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요? 정답은 '아닙니다'



■ 팀 왈도란?

팀 왈도는 DC 고갤의 한 유저가 10월말~11월초 사이에 그저 재미로 자작한 로고와 함께 올린 게시물이 그 시발점입니다. (conti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원문은 찾지를 못하겠네요.)

▲ 초기 로고

▲ 수정된 로고


제법 재미가 있었는지 고갤 내에서 많은 호응이 있었고 전술했던 것처럼 팀 왈도의 이름을 빌려 왈도체 번역한 가짜 스카이림 한글화 스샷이 인터넷 여기저기 퍼지면서 실존하는 팀으로 믿는 사람까지 생기는 양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결론을 말하자면 팀 왈도는 실존하는 것이 아닌 허구의 번역 팀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유명세를 얻자 스스로 팀 왈도를 자처하며 활동하는 곳도 나타난 모양입니다. 그리고 팀 왈도의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구글 번역기로 작업한 한글 패치까지 등장했습니다.



■ 왈도체는 정말 한땀한땀 정성스레 오역한 결과물인가?

▲ 왈도체의 기원이 된 마이트 앤 매직 6 한글판


일단 왈도체를 굳이 설명하자면 '오역이 가미된 영문 어순을 따르는 유사 한국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영한 번역기 결과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것이죠.

그런데 M&M6의 왈도체는 번역기 결과물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더군요.

Ogre -> 오그레
Stone to Flesh -> 돌에서 빛으로
Elven Chain Mail -> 열한 개의 사슬 편지

등을 근거로 들어 번역기가 아닌 사람이 오독해서 오역한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사실 저 시절의 번역기는 성능도 별로였지만 해당 단어가 DB에 없으면 스펠링이 비슷한 유사 단어로 대체되거나 발음을 그대로 읽어서 결과물을 보여줬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Mail 같은 경우도 갑옷보다는 편지라는 일반적인 뜻으로 번역될 확률이 높았죠. 'Elven Chain Mail의 열한 개의 사슬 편지' 같은 경우에서 그 시절 번역기의 전형적인 특성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문장 번역한 것을 보아도 사람이 했다고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정말 사람이 했다면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겠지요. 하지만 외국인이라면 elven이나 flesh 등을 오역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M&M6의 국내 발매 사정을 보면 유통사인 메디아 소프트는 1998년 한글판으로 발매하기로 했으나 시간적 여유 때문인지 영문판이 선행 발매되고 몇 개월 후에 한글판을 따로 제공하였습니다.

발매가 되고 판매량이 나온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한글화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거나 생각이 없어서 담당자 1~2명 붙여놓고 번역기를 베이스로 약간의 수정을 거친 것이 지금의 왈도체 기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 팀 왈도의 미래는?

은어에 가까운 끼리끼리의 농담거리였던 왈도체와 팀 왈도가 스카이림 덕분에 너무도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텍스트를 정성스레 왈도체로 작업할 진짜 팀 왈도가 등장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 추세를 보아 앞으로 번역기로 작업한 한글 패치나 의도적인 왈도체 작품은 다 팀 왈도 작품으로 통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상징적인 아이콘으로 자리잡으리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는 팀 왈도의 격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이것을 추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