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위저드리는 흔히 하드코어하고 진지한 중세 판타지 작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매니아적인 D&D의 영향과 작품 저변에 깔려 있는 미국의 geek 문화 등 영미권 유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하는 데다 위저드리가 일본으로 넘어가며 그러한 유머 요소를 삭제하고 진지함을 바탕으로 한 노선을 추구했고 그러한 작품이 국내에 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서텍의 정통 위저드리보다 일본산 위저드리의 인지도가 더 높은 편이죠.특히 부신 시리즈)


그래서 던전 내의 텍스트에서도 간간이 보이지만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유머를 몇개 찾아봤습니다.








Trebor 국왕과 Werdna는 개발자인 Robert J. Woodhead와 Andrew C. Greenberg의 이름을 뒤집은 것이며 1편의 지하 8, 9층은 이들의 이니셜을 본따 만들었다.

▲ 1편의 8, 9층 지도 (출처 http://www.tk421.net/wizardry/)

 

제작자의 이름을 사용한 건 워낙 유명한 얘기죠. 다만 이니셜로 던전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와 '세서미 스트리트' 등의 다양한 패러디가 존재한다.

▲ 몬티 파이튼의 성배에 나오는 보팔버니 (귀엽다!)

▲ 위저드리에 나오는 보팔버니 (스샷은 릴가민 사가의 것)



몬티 파이튼의 성배는 국내 유머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알게 된 영화인데 위저드리에서도 패러디될 정도로 유명한 영화인가 봅니다. 아니면 제작자의 성향이 반영된 정말 매니악한 유머일 수도 있고요ㅋ




Blade Cusinart는 주방용품으로 유명한 Cusinart社의 社名을 차용한 것이다.
(쿠진아트 홈페이지 http://www.cuisinart.com/)

특히 4편인 The Return of Werdna에서는 '약 조제를 위해 Blade Cusinart가 필요하다'는 장면이 있지만 이것은 Cusinart가 주방용품 회사명을 차용한 것을 모르면 왜 약조제를 위해 Blade Cusinart(믹서기)가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는 유머이다.

일본판에서는 이러한 유머 요소를 전면 삭제하고 명장 카시나트가 만든 검이라는 설정을 붙여 일본인 기호에 맞게 변경하였다


저도 처음 알게된 사실입니다. 주방용품에 관심을 가질 일이 없고 현지 문화를 모르니 Cusinart라는 회사를 알 리는 더욱 없겠죠.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 힘든 요소인데 우리도 '도루코 면도날' 같은 걸로 패러디한 요소를 게임 속에 삽입하면 외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일 듯 싶습니다.

특히 4편의 경우는 매니악한 유머 외에도 기독교 지식이나 고전문학 등 다방면에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고 합니다. 현지인도 이해하기 어렵다는데 외국인 입장에서는 완벽히 이해하며 즐긴다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네요.






이러한 유머 요소를 아메리칸 조크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TRPG를 즐기면서 나누는 사람들의 농담 같은 것들을 CRPG에 녹여들게 함으로써 현장감과 유쾌함을 주고 싶었던 제작자의 마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며 웃으면서 즐기지 못하고 그저 진지함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입장에서는 넘을 수 없는 아쉬움의 벽으로 다가오지만요 :)


Posted by NSM53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