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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IMA/울티마 주저리

패미컴 울티마에 관한 잡설

by NSM53 PROJECT 2022. 6. 11.

울티마 원작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콘솔로 이식된 울티마에 선뜻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원작의 내용이 축소, 변형된 것은 물론이고 JRPG처럼 변한 외형에서 오는 이질감이 상당하거든요.

 

이러한 콘솔 이식과 퍼스컴 이식의 대부분을 담당한 회사가 바로 일본의 포니캐넌인데, 과거 일본 울티마웹링쪽 분위기를 보자면 거의 울티마 전범 취급하며, 울티마가 일본에서 실패한 이유를 포니캐넌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제법 있었습니다. 퍼스컴이나 SFC 이식 위주의 얘기지만 이따위로 이식하니 누가 울티마를 하냐는 식으로 말이죠. (뭐 실제 이식 작업은 외주로 했지만요ㅎ)

 

그래서일까요? 일본인들은 울티마 온라인으로 울티마를 처음 접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게임이 발매된 80년대 중후반부터 울온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적 간극을 감안하면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바뀌는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게이머들 사이에서의 인지도가 그닥이었다는 얘기겠죠.

 

그렇다면 당시 일본 콘솔 업계에서는 울티마를 어떻게 평가를 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편향성 때문에 패미통 크로스 리뷰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닌텐도 계열로 주로 발매되었다보니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패미통이네요.

 

 

 

헐... 대박입니다. 울티마 3는 무려 32점... 골드입니다.

 

원작과 비교가 되어서 그렇지 사실 울티마라는 이름을 떼고 본다면 그렇게 못난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32점은 꽤나 의외입니다. 이름값 때문일까요? 메이저 개발사의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고평가네요. 특히 패미통의 편향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담당자 접대를 잘했나...

 

리뷰의 내용은 '현대 RPG의 원조. 대륙의 기상이 느껴짐. 콘솔로 이식하느라 고생한 게 보임. 초보자한테는 어려우니 각오하셈...' 뭐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4편도 31점 실버입니다. 전투가 좀 괴롭지만 여전히 잘된 이식이라며 고평가를 받았습니다.

 

 

 

6편부터는 우리가 예상하는(?) 점수가 나왔습니다. 26점. 스캔 자료는 없지만 7편은 25점입니다...

 

이렇게 보니 패미컴에 맞게 드퀘식으로 어레인지한 3, 4편은 고평가를 받고, 열화판이긴 해도 원작 스타일로 이식한 6편은 그냥 그런 평가를 받았네요. 7편은 뭐... 그냥 못 만든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고평가를 받은 3, 4편의 인기는 어땠을까요?

 

 

 

3편은 발매 첫주에 1위 다음엔 4위, 10위로 점점 하락했습니다. 광고를 많이 해서 반짝 히트는 했는데 상위권 순위를 꾸준히 유지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4편은 발매 첫주에 23위, 다음엔 28위로 내려갔다 아예 순위에서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제법 높은 평가와는 다르게 별 인기가 없었다는 방증이겠죠. 평가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인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과 달리 대중매체의 평가만으로도 판매량이 좌지우지되던 게 흔한 시절이라 조금 의아함이 듭니다.

 

그 원인을 한 가지 추정해보자면, 원작이나 퍼스컴판을 접하지 않고 패미컴 3. 4편만 해본 일본 사람들 중에선 이걸 자유도 높은 북미 RPG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종종 보입니다. 드래곤 퀘스트처럼 선형적이고 가이드를 받으면서 진행하는 JRPG와는 방향성이 달라서 접근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거죠.

 

위의 6편 크로스 리뷰 중에 '울티마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게임. 할 건 많은데 뭘 해야 할지 명확하지가 않아서 그걸 풀어가기가 곤혹스럽다.' 라는 내용을 보면 그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일본에서 인기가 없는 건 그냥 취향에 안 맞아서 그런 거네요...

 

재미있지 않습니까? 상황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우리가 보기에 패미컴판은 JRPG로 변한 원작의 열화판인데, 일본에선 자유도 높은 원조 북미RPG로 인식된다는 게요. 나도 다른 나라 가면 미남 취급 받으려나...

 

어쨌든 결론을 얘기하자면, 원작팬들에겐 이질적으로 느껴지겠지만 패미컴판 자체의 만듦새가 나쁜 건 아니라서 전 기종 울티마를 즐겨보고 싶은 분들에겐 한 번쯤 경험해 볼만한 울티마라고 생각합니다. 울티마 시리즈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꼴을 보면 오리진에서 직접 3, 4편을 이식했어도 딱히 잘하진 못했을 겁니다.

 

 

 

※ 보너스 :

 

패미통에 실린 4편 광고인데 직업별 캐릭터 설정이 일부 무시되어서 머라이어가 할아버지 마법사. 자나가 우락부락한 대머리 남자로 바뀌었네요. 이올로는 회춘했고 카트리나는 그냥 쓰레기에서 예쁜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가랏! 예쁜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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