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덕 지식의 보고 중 하나인 엔하위키의 울티마 항목을 보면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80년대 일본팔콤사의 PC게임 재너두 드래곤 슬레이어 2편이 이 작품의 메뉴얼 일러스트를 무단 도용하여 써먹은적이 있다. 마침 재너두 북미판 이식과 울티마4 일본PC판 유통에 대해 미팅하다 딱 걸린 것. 리처드 게리엇이 엄청 화나서 팔콤을 고소했다고
음, 저는 처음 듣는 얘기네요. 엔하위키의 오덕 정보는 일본 위키백과를 그대로 베끼거나 개인 주관이 강한 내용이 상당수라 자료의 객관성이나 신뢰성면에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만 가십거리로 읽기에는 그만이라 종종 재미로 둘러봅니다 :)
어쨌든 좀더 상세한 내용을 보려고 드래곤 슬레이어 항목을 살펴봤습니다.
80년대 한창 인기를 얻고 있었을 당시 울티마를 담당했던 리처드 게리엇과 회사인 오리진에서 IBM 도스판으로 오리지널,시나리오2를 이식을 계획하려 했고, 울티마 4 일본PC판 유통을 팔콤에서 맡는 조건으로 팔콤의 본사인 도쿄에서 미팅을 했었지만 미팅 도중 울티마 3 메뉴얼 일러스트 무단 도용이 딱 걸린것. 제나두 오리지널 작중내의 가게 그래픽에서 사용 되었었던 것이였다.
이 일로 미팅을 중간에 펑크내고 리처드 게리엇과 오리진사에서는 팔콤사를 법적 고소를 하였고 북미판 이식은 무산되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으며, 울티마4 이식은 일본PC,패미컴판 이식,유통을 담당했던 포니 캐년(Pony Canyon)에서 계속 맡게 되었다.
일단, 이 내용을 보자면 팔콤에서 울티마 3의 일러스트를 일부 참고, 도용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비단 일러뿐만 아니라 다이얼로그라던지 여러 부분에서 참고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만 엔하위키의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것이
1. 포니캐년을 통해 일본에 이식된 울티마는 1987년에 PC8801로 이식된 4편이 최초이고 패미컴에는 같은 해인 1987년 10월에 3편, 1989년에 4편이 이식되었습니다. 그 이전 일본에 2, 3편을 들여왔던 스타크래프트라는 업체도 있었습니다. (후에 도산했지만요.) 오리진이 일러스트 도용으로 팔콤을 고소하고 기존 패미컴용 울티마를 이식했던 포니캐년에게 일본PC로의 울티마 4 이식을 계속 맡겼다는 건 시기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2. 오리진은 단 한번도 타사 게임 이식에 손댄 적이 없습니다. 재너두가 85년에 발매되었고 한창 이식을 타진하려면 시기적으로 86~87년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이 시기는 애플2를 메인 플래폼으로 울티마 5를 비롯하여 뫼비우스, 오우거, 오토듀얼 같은 명작들을 한창 쏟아내던 시기로 IBM PC에 재너두 이식 검토라는 건 조금 뜬금없습니다. 오리진이 메인 플래폼을 IBM PC로 옮긴 것은 1990년 울티마 6 이후입니다. 당시의 오리진은 해외업체와의 업무협조에 상당히 배타적이었다고 합니다. 워낙 잘 나갔으니 콧대가 높았겠죠ㅋ 자국에서 울티마의 타일까지 그대로 옮겨 온듯한 카피 게임이 난립을 해도 별다른 얘기가 없었는데 일본까지 가서 협약 중에 일러스트 도용을 보고 고소했다라... 조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일본 게임 이식에 적극적이었던 곳은 시에라였습니다. 팔콤의 소서리언을 IBM PC로 이식한 곳도 시에라였죠. 재너두의 이식은 오히려 시에라에서 검토했을 것 같군요.
3. 다분히 주관적인 부분이지만 제가 90년도 중반부터 울티마 관련 자료를 모으면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은 본 적이 없습니다. 게임이 게임이다보니 아마도 일본쪽에서 나온 정보가 아닐까 싶은데 일본쪽의 울티마 웹링에서는 본 적이 없고 팔콤 관련 팬사이트에서 나온 내용인 듯합니다만 찾아보기 귀찮네요ㅋ 오리진이 고소까지 할 사안이라면 영미권 사이트에서 한번이라도 언급은 되었을 텐데 제 실력부족인지 못 찾겠네요 :)
결론적으로 출처도 없고 앞뒤가 안 맞는 부분 때문에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팔콤에서도 울티마 시리즈를 참고, 도용한 부분이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팔콤의 흑역사와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부분이 더 있지만 여기는 오리진 팬블로그(?)이니 여기서 접도록 하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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