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래딧에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인 즉, 일본의 게임 개발자이자 칼럼리스트인 이와사키라는 사람이 Roe R. Adams III(이하 Roe)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울티마 4편의 미덕에 대한 개념 설정과 전반적인 게임 설계를 개리엇이 아닌 Roe가 전적으로 했다는 주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4, 5, 6 삼부작에 대한 전반적 개요까지도 Roe가 구축해 줬다는군요.
Roe가 미덕의 시스템 설계에 도움을 줬다는 건 기존에도 있던 얘기인데, 이건 또 새로운 애기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와사키 씨의 블로그는 아래와 같습니다.
“Roe” の検索結果 | Colorful Pieces of Game (highriskrevolution.com)
놀랍게도 2016년에 포스팅된 글이네요. 그렇게 울티마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녔는데도 이 글은 왜 못 봤지... (여담인데 업계에 있던 사람이라 그런지 블로그에 볼만한 내용이 정말 많네요.)
그리고 래딧에 글이 올라오게 된 시발점인 RPG CODEX 스레드입니다.
Incline - Roe R. Adams III | rpgcodex > people who don't like the art style are retro-fascists
Through Moongate의 저자인 Andrea Contato는 이와 관련해서 많은 조사를 했는데 Roe가 미덕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확신한다는 글을 CODEX에 남겼습니다. 이에 이와시키 씨가 자신의 블로그 글과 관련 서적을 소개하는 글을 남기게 되었죠. 아울러 일본에서는 (아마도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울티마 4의 시나리오를 쓴 게 Roe라고 생각한답니다.
일단 이 주장에 대한 반응은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못 믿겠다'와 '개리엇이 그럼 그렇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비디오 게임 초창기의 게임 디자이너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기류도 느껴지네요.
뇌피셜 가득한 개인적 추론을 써보자면, Roe가 디자인했던 위저드리 4와 마찬가지로 울티마 4 역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온 작품이고, 두 작품의 그러한 경향을 봤을 때 Roe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 합당한 추론일 것 같습니다.
사실 개리엇은 인터뷰에서 울티마 설정과 관련해 그렇게 꼼꼼하지도 않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래에 링크하는 글 말고도 말이죠.
샤미노는 어째서 늙지 않는 것일까? (tistory.com)
그렇다면 8대 미덕에 대한 개념이 누구에게서 나왔냐가 관건일 텐데, 당사자들의 주장과 정황만 있을 뿐 명확한 증거는 없는 게 사실이라,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개리엇이 설계하고 Roe가 조언을 준 것인지 아니면 전적으로 Roe가 만들어낸 것인지 판단하는 건 여러분의 몫일 것 같습니다.
다만 4, 5, 6 삼부작의 개요까지 Roe가 다 구축했다는 건 조금 믿기 어렵습니다. 4편 이후로 둘은 결별했고 5편부터는 본격적으로 팀이 꾸려져 만들어진 작품이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거든요. 뭐 개리엇이 수장이니 그때의 개요가 토대가 되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요.
살짝 뇌절하자면 일본에서 원조에 대한 부러움과 열등감으로 Roe의 역할을 더 키우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하진 않겠죠ㅎ
여담으로 Roe는 Softalk의 필진으로 그 유명한 위저드리 4의 공동 디자이너이자 바즈테일 개발에도 관여했습니다. 울티마 시리즈 관련해선 3, 4편의 메뉴얼 작성과 게임 설계에 조언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게임에 Skara Brae와 Hawkwind 같은 공통 요소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Hawkwind는 Roe의 D&D 캐릭터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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