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브리티쉬가 소사리아에 도착해 처음 만난 사람은 바로 샤미노였습니다. 지구의 영국에서 왔다는 젊은이에게 '브리티쉬'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도 샤미노였죠.
▲ 우측 최상단에 있는 게 바로 로드 샤미노!
소사리아 시절에는 그도 Danger & Dagger 대륙을 다스리는 The White Dragons Castle의 영주였습니다. 하지만 로드 브리티쉬가 브리타니아로 영토를 통일하는 과정 중에 몬데인이 만든 불사의 보석이 파괴되면서 Danger & Dagger 대륙은 다른 차원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울티마 7-2의 무대가 되는 Serpent Isle이 바로 그곳입니다.)
쫄딱 망한 샤미노는 울티마 4부터는 영성을 수호하는 스카라 브레의 레인저가 되어 아바타 컴패니언의 일원으로 참가하게 됩니다.
▲ 명색이 영주였는데 브리타니아에선 한낱 레인저로 격하되었습니다.
▲ 어디 그뿐인가요. 5편에서는 새도우 로드의 마법 화살에 맞아 사경을 헤메는 등 갖은 고초를 겪기도 합니다.
그후 매 모험마다 아바타와 함께 하며 충실한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레인저 답게 주변의 적이나 이상을 탐지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죠. 단무지 듀프레나 잔소리꾼 이올로와는 달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9편에선 가디언의 정체를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역시나 출신이 달라서일까요?
▲ 응? 이건 리처드 개리엇???
▲ 돈이 모자라 부업이라도 하는 걸까요? 군밤 장수가 되었네요.
▲ 이력이 쌓였는지 완연한 군밤장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루나 더 실버 스타의 아레스가 늙으면 이렇게 될 듯.
▲ 군밤장수는 아니다 싶었는지 9편에선 레인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보여지는 그의 모습에서 한 가지 의문이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전혀 늙지 않는다는 겁니다.
로드 브리티쉬를 비롯한 이올로, 듀프레 등의 지구 출신은 브리타니아 원주민과는 달리 나이를 천천히 먹습니다. 그래서 시리즈 간에 수백 년의 텀이 있어도 그 모습이 그다지 변하지 않았습니다만 로드 브리티쉬와의 첫 만남에서 알 수 있듯이 샤미노는 소사리아 원주민입니다. 한참 전에 늙어 죽었거나 설령 살아 있어도 폭삭 늙은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죠.
이 의문을 예전 일본에서 리처드 개리엇과의 인터뷰에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편집부 : 어째서 아바타의 동료는 나이를 먹지 않는가? 9편에선 이올로를 제외한 모두가 젊어졌다.
개리엇 : 울티마에서는 브리타니아에서 태어난 사람과 지구에서 온 사람의 나이 먹는 속도가 다르다. 아바타의 동료는 시리즈를 진척시키는 관계상 지구에서 온 사람들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천천히 나이를 먹는다.
로드 브리티쉬도 지구인이지만 그가 아바타보다 나이를 빨리 먹는 것은 브리타니아에 오래 있었기 때문이다. 브리타니아에 있는 동안은 나이를 먹는 속도가 빨라진다. 아바타는 대부분의 사간을 지구에서 보내고 있으므로 플레이어와 같은 속도로 나이를 먹는다. 그러나 로드 브리티쉬는 계속 브리타니아에 있었으므로 빨리 늙어버린 것이다.
이올로가 늙은 것도 브리타니아에서 보낸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 울티마 컬렉션 일본판 발매 기념 인터뷰 중에서 -
샤미노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아니 샤미노는 둘째치고 같은 지구인끼리도 늙는 속도가 다르다니, 듀프레 등은 이올로만 빼고 계속 지구와 브리타니아를 왔다갔다 하는 걸까요? 이에 대해 인터뷰를 한 일본의 편집부에선 이렇게 결론을 내더군요.
'개리엇은 그것에 대해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어볼 때마다 매번 다른 말을 하더군요. 이야기가 조리 있게 구성되는 것보다는 다소의 모순이 있어도 하나하나 재미있는 게임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샘솟는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바쁜 개리엇은 과거를 걱정하지 않는 남자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간단하게 설정 오류입니다. 샤미노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설정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던 거죠. 로드 브리티쉬보다 소사리아에 먼저 온 (영국을 모르는) 지구인...이라는 설정을 새로 붙이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도 같네요.
▲ 샤미노의 이름은 실제 프랑스의 기사인 Shimano에서 따왔다는 설과 자전거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샤미노는 울티마라는 게임 속에서 로드 브리티쉬로 분한 리처드 개리엇의 또 다른 분신으로 왕이 아닌 동료로서 함께하고 픈 개리엇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모습도 개리엇의 실제 모습에서 따왔죠.
그러니 설정이 이렇고저렇고 생각할 게 아니라 플레이어(아바타)와 함께 모험을 하고픈 개리엇(샤미노)의 의도를 느끼면서 즐기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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