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ULTIMA/울티마 주저리

팔콤과 울티마의 악연? 그 두 번째 이야기

by NSM53 Project 2019.10.29

 

 

팔콤과 울티마의 악연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마음만 먹다 근 10여년만에 두 번째 이야기를 쓰게 되는군요.

이전 내용은 아래 글을 참조해 주세요.

 

2010/12/26 - [ULTIMA/울티마 주저리] - 팔콤과 울티마의 악연?

 

팔콤과 울티마의 악연?

국내 오덕 지식의 보고 중 하나인 엔하위키의 울티마 항목을 보면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80년대 일본팔콤사의 PC게임 재너두 드래곤 슬레이어 2편이 이 작품의 메뉴얼 일러스트를 무단 도용하여 써먹은적이 있다..

nsm53p.tistory.com

 

지금은 고소 관련 내용을 나무위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s://namu.wiki/w/제나두

 

제나두 - 나무위키

원나라의 황제 쿠빌라이 칸이 몽골 고원 남부에 지은 여름 수도의 이름인 상도(上都)를 영어식으로 읽은 단어. 굉장히 크고 아름답고 살기 좋았는지 도원경, 이상향 등의 의미로 번역이 되었다. 대체로 원어인 제나두라는 이름 그대로 쓰이고 있으며 후에 같은 이름을 쓰는 모든 것의 어원이 되었다. 심지어 시민 케인에서 케인이 살던 성의 이름도 제나두다. "제너두"라는 표기도 많이 쓰인다. 하지만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재나두"가 옳고, 영어 발음 기준으로는 "

namu.wiki

 

첫 이야기를 쓸 때 당시에는 '오리진이 재너두를 미국에 유통하려다 그림 도용을 보고 팔콤을 고소했다'는 내용에 대한 자료 출처가 불분명했는데 1992년에 발간된 Official Book Of Ultima 2nd Edition 이라는 책 77 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실려 있었습니다. 해당 책의 PDF가 풀리면서 위키피디아에도 등록되고 게임 사이트 이곳저곳에서도 언급이 되더군요.

해당 책의 PDF는 http://www.pixsoriginadventures.co.uk/downloads/ 이곳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77 페이지의 내용을 대충 날림으로 번역해보자면

울티마가 액션 게임이 주류던 일본에 상륙했을 무렵, 롤플레잉 게임은 비교적 최신 장르였습니다. 일본 컴퓨터 업체들은 시에라가 울티마 2를 라이선스 했을 즈음인 1980년대 초에 울티마를 들여왔죠. 영문판 그대로라 널리 퍼지지는 못했습니다. 울티마 3 영문판에 대한 언론의 호평과 애플 유저층의 증가로 일본 소프트웨어 시장은 이내 울티마 카피작으로 범람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일본 게임에 대한 울티마의 영향력은 드래곤 퀘스트 4, 젬 퀘스트, 포비든 타워 같은 일본산 아류작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아류작 중 하나인 '재너두'의 제작사 팔콤은 미국에서 재너두를 유통하기 위해 오리진에 접촉했고 개리엇은 그 일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일본으로 갔습니다. 울티마 4를 일본산 컴퓨터로 번역, 발매하여 일본 유저층을 확대할 업체도 찾을 겸해서 말이죠.

재너두는 울티마와 매우 유사한 탑다운뷰 방식의 게임이었지만 개리엇은 저작권을 침해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재너두에 대한 소개가 중반에 이르자 낯익은 상점 내부 그림이 화면에 나왔습니다. 이 그림은 울티마 3 메뉴얼에 있는 데니스 루벳의 삽화 중 하나를 도용한 것으로, 딱 데니스 루벳의 그림을 채색해 디지타이즈한 모양새였습니다.

팔콤 사장은 손으로 모니터를 가리며 '아.. 씨바'했지만 또 다른 상점 그래픽도 도용한 것이 들통나자 더는 말해봐야 소용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재너두가 도용한 게 그것뿐만이 아니라서 개리엇은 '너 고소'를 시전했고 팔콤은 법정 밖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그래픽을 변경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일단 고소 자체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나무위키의 설명과는 반대되는 상황입니다. 오리진이 재너두를 이식하려고 팔콤에 접근한 게 아니라 팔콤이 재너두를 미국에서 발매하고 싶어 오리진에 접근한 거로군요. 개리엇이 일본에 간 것도 재너두의 미국 유통보다는 울티마 4를 일본산 컴퓨터로 발매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나무위키에서는 이 사건 때문에 기존 패미컴판 이식을 담당했던 포니캐넌에 울티마 4 이식을 맡겼다고 언급되어 있지만 PC-8801판 울티마 4가 1987년 7월, 패미컴으로 처음 발매된 울티마 3가 1987년 10월 발매라서 시기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그 이전에는 스타크래프트라는 업체를 통해서 일본어판 2편이 1985년, 3편이 1986년에 PC-8801로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왜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4편이 발매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팔콤 고소건 이후로 다른 업체를 물색하다 포니캐넌과 계약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울티마 4 애플판의 발매는 1985년, 재너두는 1985년 10월, 시나리오 2의 발매는 1986년입니다. 시기적으로 팔콤이 오리진에 접촉한 게 빨라야 1986년 중후반일 텐데 오리진과 기존 거래처인 스타크래프트와의 관계 같은 내용은 빠져 있는 등 명확하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좀 있긴 하지만 책의 저자도 사건 전모에 대해 자세한 사정을 소개하기보다는 가십거리 정도로 수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쨌든 이로써 나무위키에서 서술한 '오리진의 팔콤에 대한 고소건'은 전후 사정이 좀 다르기는 해도 고소 자체는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시절에 발간된 책이 아니라서 해당 내용에 대한 글들을 PDF 공개 이전에는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위키에 해당 내용을 작성한 분은 그 시절 어디서 소스를 얻었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ㅎㅎ

 

여담인데 재너두를 울티마 3의 단순 카피작으로 치부하기에는 억울한 면이 좀 많이 있습니다. 그림 도용 말고도 울티마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당시로서는 꽤 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거든요. 동양 문화를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이 어떠한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댓글0